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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2

미국횡단 두 번째 날 아침입니다.

전날 너무 힘들어서 그런지

살짝 늦잠을 자고 일어났습니다.

 

일어나서 땅에 발 딛는데 오른쪽 무릎 바깥쪽이 당기고

 

발도 뻐근해서 보니 

아킬레스건이 많이 부어있었습니다.

자전거 타는 훈련을 하나도 안 하고 와서 그런 것도 있지만 

자전거 안장 높이가 문제인 것 같아 

출발 전 인터넷을 보고 급하게 피팅을 했었습니다.

 

다리가 좀 아프긴 했지만 페달을 밟지 못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아 

서둘러 출발 준비를 하고 

마당을 정리하고 계시는 저의 첫 번째 웜샤워 호스트분과 작별인사를 하고 출발했습니다. 

 

출발하기 전 웜샤워 호스트 아저씨와 찍은 사진입니다.

제 얼굴이 많이 힘들어 보입니다.

 

둘째 날도 첫날과 마찬가지로 목적지는 따로 정하지 않고 

구글맵에서 동쪽에 있는 도시 하나를 찍고 달렸습니다.

자전거에 타자마자 다리가 찌릿찌릿했는데

일단 참고 달리다가 

전날처럼 다리에 경련이 심하게 나기 시작하면

그 근처에서 모텔을 잡자는 생각으로 달렸습니다.

 

초반에는 

강을 따라 만들어진 자전거도로를 이용할 수 있어서

그나마 편하게 달릴 수 있었는데 

얼마가지 않아 갓길이 별로 없는 차도로 나와 달려야 했습니다.

 

언덕도 많이 나왔는데 

길이도 길고 제 컨디션도 좋지 않아서 

자전거에 내려 끌바를 해서 넘어야 했습니다.

 

조금 한적한 도로로 들어와 달리던 중

쉼터라고 쓰여있는 반가운 한글 간판을 발견해서 

가까이 가봤는데 문이 닫혀 있고 안에 인기척도 없어서

뭐 하는 곳인지 궁금했지만 그냥 지나쳤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발견한 그늘에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날이 습하지 않아서 그늘에 들어가면 금방 시원해져서 너무 좋았는데 

이날 제가 달린 코스에는 이런 그늘을 찾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하늘이 높고 파래서 진짜 아름다웠는데

기온도 높고 땡볕에서 계속 달려서 그런지 

열심히 페달을 밟아도 속도가 나지 않았습니다.

 

날이 더워 갈증은 계속 나고

출발할 때 챙겨 온 물든 따뜻해지다 못해 뜨거워졌고

길은 한적한 시골도로라서 상점 하나 없어

시원하게 마실 음료수가 정말 간절했었는데

그때

앞에 생과일주스를 파는 것 같은 노점이 나타났습니다.

 

가까이 가서 한 컵에 얼마냐고 물어보니 6달러라고 해서 

어? 살짝 비싼데?라고 생각했지만 

너무 갈증이 나서 그냥 사 먹기로 했습니다.

 

곡소리를 내며 자전거에서 내려

노점 아저씨에게 하나 달라고 하니

아저씨가 칠리(고추)를 넣을 거냐고 물어봤습니다.

생과일주스 + 칠리???

너무 낯선 이국적인 조합에 놀라서 그건 넣지 말아 달라고 했습니다.

제 생각과는 달리 과일들을 갈아서 주스로 만들어서 주는 게 아니라

포크와 함께 과일 위에 소금만 뿌려서 주길래 살짝 당황했습니다.

 

주변에 그늘이 없어서 땡볕에 쭈그리고 앉아

과일들을 다 먹고 떠나기 전 

아저씨에게 얼음을 좀 부탁드렸는데 

흔쾌히 주신다고 해서 너무 고맙다고 하고 한 컵 받아

출발했습니다.

나중에 영상을 보니

노점 아저씨가 분명 처음에는 6달러라고 했는데

돈을 낼 때 제가 가격을 순간 까먹어서 

"7달러라고 하셨죠??"라고 확인 차 물어보니

그렇다고 고개를 또 끄덕 끄덕여서

제가 7달러를 주고 과일을 사 먹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나마 다행히 얼음을 추가로 받아가 조금 배신감이 덜 했던 것 같습니다.

 

차들이 길게 정체되어 있어서

왜 그런가 하고 앞으로 가 보니 건널목이 있었습니다.

기차가 지나가고 있었는데 정말 끝이 안 보이게 길고

엄청 천천히 달려 엄청 더운데 5분을 훨씬 넘게 기다린 후에야

지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늘과 상점을 찾기가 너무 힘들었던 한적한 도로가 끝나자마자

 

마을 입구로 보이는 곳에 

드디어 누워 쉴 만한 장소가 있어서

 

바로 누워서 낮잠을 잤습니다.

 

꿀 같은 낮잠을 잔 후 

조금 달리다 보니

오랜만에 음식점과 가스스테이션이 보였습니다.

 

서브웨이가 있어서 잠시 고민하다가

돈을 아끼기 위해 가스스테이션에 갔고

음료수와 참치 샌드위치를 사서 

옆에 있는 벤치로 나왔습니다.

 

벤치에서 만난 데이브 아저씨입니다.

제가 너무 힘들어서 샌드위치를 먹다 헛구역질을 하는 걸 보고

괜찮냐며 말을 걸어 주셔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는데 

제가 전날 자전거여행을 시작했고 앞으로 뉴욕까지 갈 거라고 말씀드리니 

굉장히 놀라시면서 이것저것 물어보시다가

이날 밤에 잘 곳이 마땅치 않으면 전화 하라며 번호를 알려주셨습니다.

 

저는 근처에 있는 공원에서 노숙을 할 계획이어서 

일단 공원에 가본 다음에 상황을 봐서 연락을 드리겠다고 말씀드렸고

감사하게도 데이브 아저씨는 집이 여기서 가까우니 

언제든 연락하면 차를 타고 데리러 가겠다고 

말씀해 주시고 떠나셨습니다.

 

데이브 아저씨와 헤어지고 조금 더 쉬다가 

가스 스테이션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노숙할 예정이었던 공원으로 갔습니다. 

 

공원에 도착해서 관리자로 보이는 분에게 캠핑이 가능하냐고 여쭤봤는데 

캠핑이 가능은 한데 밤에 화장실은 잠가야 해서 못쓸 것 같다고 하셔서

잠깐 고민하다가 

데이브아저씨에게 연락을 드렸습니다.

 

연락을 드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데이브아저씨와 부인이 함께 저를 데리러 공원으로 오셨습니다.

큰 픽업트럭을 가지고 와주셔서 자전거와 짐들을 쉽게 실을 수 있었고

아저씨 집으로 가는 길에 저녁을 사주신다고 해서 멕시코 식당에 들렀습니다.

이때 음식은 맛이 있었는데 몸에서 받아 주질 않아서 많이 먹지 못하고 

음료수와 물만 계속 먹었던 것 같습니다.

사진은 식당에 도착해 화장실에서 잠깐 카메라를 켜었을 때입니다.

 

밥을 먹고 데이브 아저씨 집에 도착했는데 

이곳이 낮잠을 자고 지나갔던 그 마을이어서 

혼자만의 내적 친밀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집에 들어와 바로 샤워하고 빨래하고

데이브 부부와 차를 마시며 한참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때 데이브 아저씨와 미국 지도를 보며 여행 경로를 대충 정했는데

아저씨가 자전거를 타고 못 가는 도로가 있다며 

다음날 자신이 어느 정도 차로 태워다 주겠다고 하셨습니다.

고민을 정말 많이 했는데

몸 상태도 좋지 않고 가장 문제인

자전거를 타고는 다음 도시로 이동을 못한다고 하셔서 

앞으로의 남은 여행을 위해 감사하게 호의를 받기로 하고

준비해 주신 잠자리에서 

잠이 들었습니다.

 

DAY-2 달린 경로입니다.

약 25마일(40km) 달렸습니다. 

너무 컨디션이 안 좋아서 많이 달리지 않았는데 

쉽게 지치고 속도도 나지 않았던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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